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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듣고 보았나/TV/영화

[영화] 28일 후 (28 days later)

오늘 본 영화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이다. 일단 대니 보일은 전작중에 너무 좋았던 것도 있고, 별로였던 작품도 있고...해서리 이번 작품은 어떨지 무지 궁금했었다.

이 영화는 존 윈덤의 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인류를 파멸시키는 것은 외계의 침략도 아니고, 트리피트도 아니고, 자연재해도 아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 중 하나인 "분노"이다. 영국에 "분노"라는 바이러스가 출현해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 사람은 즉시 좀비로 변해 무조건 분노하고 다른 인간을 물어뜯어 감염시킨다.

이 영화의 진짜 메세지는 영화 중반 이후에 나타난다. 영화가 흐를 수록, 분노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 나타나는 분노보다는, 인간 속에 원래부터 내재 돼 있는 분노가 얼마나 더 무서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역시 세상에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거의 귀신이나 좀비, 악령들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사실 이런 것들은 현실적인 공포감이 별로 없다고 생각...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오거나 피가 튈때마다 순간 깜짝 놀라기는 하지만, 나같은 경우 그런것들로 공포심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냥 징그럽고 놀랬을 뿐이지...-_-;;;)  하지만 이 영화는 서로를 죽여야하고 서로를 견제해야하는, 사람이 귀신보다 얼마나 더 무서운 존재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정말로 그렇지 않나? 영화의 대사에도 나왔듯, 사람들은 분노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전에도 이전부터 항상 서로를 죽여왔다는 사실....

무엇보다도 영화 속의 그 적막한 텅 빈 런던거리와 영국의 고속도로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아..~진실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량한 웨스트민스터 브릿지의 모습이란.... 나도 영화 속으로 뛰어들어가 그 위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안그래도 내가 예전부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죄다 화성으로 떠나고, 니와 마음이 맞는 몇명만 지구에 남아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도 가졌었는데, 영화 속 영국의 모습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감염자덜만 없다면 정말 완벽하게 내가 꿈꾸던 세상이다-_-; 내가 살고있는 이 런던이 바로 그 이상적인 모습이라니.....정말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사람 한 명 없는 런던거리와 고속도로를 허가된 시간동안 빨리 촬영하기위해 디지털 카메라로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그렇게 현상작업을 거치지 않아서인지 영화 분위기가 영화 속의 텅 빈 공간과 잘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특이했다. 마치 갑작스레 찍은 "런던최후의 날" 도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음악들도 다 잘 어울렸고....

이 영화에 대해 혹평을 하는 사람도 무지 많지만, 어쨌든 난 재미있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은데, 전혀 아니거든요? 분노 바이러스가 아닌, 인간 본성 속에 숨어있던 분노가 표출될 때 더 무섭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후반부가 더 좋았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줬으니...

그나저나 이 영화를 보고나니, 내가 무지무지 좋아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열광했던(!) 영화인 Lost & Delirious에서 폴리가 늘 말하던 rage more가 생각났다-_-; 28일 후의 입장에서 본다면 폴리는 정말 큰일날 소리를 말하고 다닌셈이군! 뭐 다르게 생각하면 ragemore가 그들을 구한 셈도 되지만....;;;

p.s. 한국 경찰들이 "영혼의 목걸이" 이후 두 번째로 헐리웃 영화에 출연했다. (영국영화같지만 제작은 미국이네요..;;;) 또 다른 할리웃 영화들에 한국 경찰들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내가 본 영화로는 아주 오래 전에 봤던 영혼의 목걸이 이후 두 번째 였다.. 하긴 나같아도 그런 장면이 필요할 땐 젤 먼저 한국을 떠올릴테니-_-;

28일 후 공식사이트(영어)
28일 후 예고편 동영상 (퀵타임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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