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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가/영국에서

Roses In The Hospital

비가 또 내려주니 그저 고마울뿐...

3*번째-0- 생일 되던 며칠전... C크리스에게서 장미가 보내져왔다. 그날 새벽 일을 마치고 온 후에도 난 혼자 비애감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왜 태어났을까...이런 잡다한 문제들에 머리가 복잡했던 것) 정오가 다 되어서야 눈을 감고 잠을 잘수가 있었는데, 오후 1시경에 소란스런 벨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C크리스의 전화번호였다.

그래도 생일이라고 축하해주려고 그러나보다...하고 잠에 덜깬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아보니... 크리스가 말하길,,,
"에구~ 사실 꽃배달을 시켰어... 근데 벨을 아무리 눌러도 아무도 안 나오더래..
그래서..이하생략.. 하하 뭐가 맞아야 해먹지이~" -_-;;;

문득 크리스가 첨 메일을 보내 주었을때 광고멜인지 알고 지웠던 일을 떠 올렸다.

얄밉도록 화사한 주홍빛도는 노란 장미 3* 송이가 흰분꽃(이름모르심)과 예쁜 카드와 함께 도착했을때 난 너무 기뻐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놓고서도 울먹거리고 크게 웃고... :)

그날은 하루종일 안개비가 내렸더랬다. 내방은 언제나 그렇듯이 휑한 병실 같았고...거기 살고 있는 병자같은 인간은 또 병적으로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에 대해 이득없이 슬퍼하고 있었는데... 그 장미들은 어울리지 않는곳에 와 자리를 잡게 되었다. 확실히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지극히 아름다웠고...
난 너무도 행복해 했다. 앞으로 있을 온갖 혼란스럽고 서글플 일들에 대해(어른이 되었기에) 미리
어느 정도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평소 꽃에 대해 무덤덤했던 나로선 꽃이란게 사람을 이렇게 즐겁게도 한다는걸 몰랐다... 앞으로 계속 저 자리에 꽃을 꽂아두어야겠다.

'꽃은 상실감을 표현못한다' R James가 말하는 장미가 병실에 어울리지 않는 이유... 글쎄 내가 꽂아두려는 꽃은 무얼 표현하게끔 할까라는 생각은 접어두고서라도...뭐든지 깊게 생각하면 아무런 뜻도 없더라.. 그냥 크리스에게 감사한다.

:) So I am playing my 5 string serenade for my dark★

이제 더 뭐가 두려울것인지... 언젠가 친구에게 말했는데... 그 인간과 있으면 바로 1분뒤에 핵폭탄이 떨어져도 마음이 편할것이라는것...ㅋ
그 인간이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일이 기다려진다.
어서 이 병실에서 나가서 손을 잡고... 산책하고 웃고... 그럴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