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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가/영국에서

2004년 그리운 시절의 9AM..

영국 남부 웨스트본 Prince of Wales Road 5A로 처음 이사왔을 때...

비치와 가까웠던 예전 집에선 창 밖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새 창 밖 풍경은 그것과는 무척 다른 모습에 낙담했었습니다. 이내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풍경 자체보다는 그것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그리워한 것이었지요.

새로운 창 밖 풍경들도 훗날 낯선 곳으로 이사했을 때 그리움으로 남을거란 생각에 이내 카메라를 들어 2004년 8월 13일 부터,  매일 정각 아침 9시 마다 창 밖의 풍경들을 촬영했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 똑같은 시야... 하지만 같은 풍경 속에서도 주인공은 날마다 바뀌었습니다다. 날씨도 각양각색이었고, 잎사귀가 풍성하고 푸르렀던 나무도 어느새 가지만 앙상한 나무로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구요..

단순히 창 밖 풍경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기후의 변화까지도 느낄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예전에 찍혔던 사람이나 차가 다시 찍히는 재미있는 일도 있었구요.(웃음)

처음엔 재미와 단순한 기록의 시작이었지만, 나중에는 제 생활의 중심이 되어줬습니다. 매일 꾸준히 무얼 한다는 게 하루의 균형을 잡아주고, 좀 더 덜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큰 역할을 하더군요. 외박을 해야했던 날임에도 이 시간을 지키기 위해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숙취로 고생을 할 때에도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을 한 데 모아보니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노래에 맞추느라 12/11 이후부터의 사진은 못 올려 아쉽네요..
여튼 그 후로도 쭈욱 계속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