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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듣고 보았나/책/사진

[사진전] 홍순태 사진전...

한국에 오니 전시회 기웃거리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네..(나 정말 친구도 없다-0-) 어제 인사동의 "김영섭 사진화랑" 개관 두 번 째 전시회인 홍순태 사진전 60~70년대 한국사회의 조망을 다녀왔다. 인사동과 집이 아주 가까워서 설렁설렁 걸어서~ 원래는 인사 아트센터의 "사진과 역사의 기억" 전시회를 가려했지만, 내가 날짜를 놓쳤다.(통곡) 25일까지인 줄 알았는데, 22일이었다-_-;; 여튼 그래서 근처 김영섭 사진화랑에 들러서 홍순태 교수의 사진전을 관람했다.

홍순태 교수는 신구대학(구 신구전문대) 교수로 잘 알려진 한국 사진계의 대부이다. 그분은 "사진을 기록하는 것은 사진가의 사명이다"라는 말을 하며, 기록이란 건 단순한 사건 기록이 아닌, 얼마나 창의적으로 기록하는가가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는 청계천 복원 공사 시작에 맞춰 60~70년대 서울의 모습을 중심으로 그 때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해 기록한 사진들 40여점으로 채워졌다. 이 60~70년대는 "피사체에 대해 사진이 어떻게 반영하는가..." 라고 하는 사실적인 사진에서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진가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반영하는가.." 라는 심상적인 사진으로 사진가들의 관심이 뒤바뀌어지던 시기였다. 그 전환기의 중심에 있던 홍순태 작가가 얼마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창작된 기록을 하였는지를 이 사진들을 통해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김영섭 사진화랑을 개관한 이후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대가의 사진전을 하기엔 많이 협소한 장소였다. 이번엔 2개층으로 나누어서 전시를 해서인지 더 많이 산만한 느낌이었고, 불편했다. 그리고 사진에 먼지가 예상 외로 많은 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30여년간 네거티브를 관리해 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몇몇 사진은 그 정도가 심했다.(사실 사진에 먼지가 보인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이빨에 고춧가루 낀 것과 마찬가지-_-) 그리고 포스터나 입장권에도 등장하는 청계천으로 아이들이 다이빙 하는 모습(위 사진)은 위에서 아래로 주욱 스크래치가 가 있는 옥의 티가 있었다-_-;; 그것을 보면서 아! 나도 네거티브 관리를 잘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그래봐야 내 사진은 작품도 못되는데..;;)

아쉬운것은 어디까지만 보관에 관한 것 뿐이지 내용적으로는 정말 흥미로웠다. 요즘 보기 힘든 30~40년전 서울 구석구석과 한국 각 지방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는 것에서 새로웠다. 상투틀고 갓을 쓴 할아버지가 명동의 번화한 거리를 보고 놀라서 정신없어하는 모습이나, 양평동 나루터에서 출근길, 등교길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모습 등... 이런 변화의 기록을 보는 데에 먼지 몇 개와 스크래치는 어쩌면 전혀 중요한 게 아닐거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주로 보는 사진은, 모두 디지털화 돼서 픽셀로 변한 사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 사실이니...  하지만 인쇄도 아닌, 이렇게 직접 인화된 입자들로 이루어진 홍순태 작가의 사진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31일까지이고 가격은 2,000원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전시회를 다니고 싶지만 사정상 종로 일대에서 하는 것 외엔 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11월부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레이의 전시회를 한다던데..;;; 그것만큼은 종로 밖을 벗어나 꼭 가리라 다짐한다.

사진가 홍순태를 말한다(육명심 교수)
김영섭 사진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