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랫 글이 제가 당한 자전거 사고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직후 한국 여학생이 이곳에서 자전거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사진은 그 죽음에 대해 본머스&풀 지역신문 1면에 나온 기사이구요..
이 죽은 친구가 마침 제 클라스 메이트의 교회친구라(본머스 지역에선 이렇듯 한 사람만 거치면 한국인은 다 연결된답니다-0-) 그래서 이 신문을 보기 전에 사고와 관련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죽은 친구는 한국나이로 22살이고 어학연수로 왔다고 하는군요. roundabout에서 밤 11시경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뒤따라오던 버스에 치어서 몸에는 상처 하나 없고, 머리만 크게 다쳤는데, 뇌사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일단 뇌사상태가 되면 가족이 도착한 후 12시간 안에 호흡기를 뗄지, 아니면 그대로 둘 지 결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 친구는 마침 영국에 있던 삼촌이 왔다고 하는군요. 아빠는 5년 전에 돌아가시고, 엄마만 한국에 계시는데, 엄마가 오시지는 못 했다고 하네요.
마음 같으면 호흡기를 떼지 않고 계속 살려두고 싶겠지만, 그대로 두면 6개월에 2억이라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호흡기를 떼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제 친구 말로는 삼촌이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영사라 영국인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계속 두려고 했는데도 안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의 신문에선 삼촌이 영국 여행중이었다고 하네요...어느 소스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신문으로 얻는 정보로는 이 친구가 상당히 lively했다고 합니다. 윈톤 한인교회의 밴드에서 드럼을 쳤고, 인근 중국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을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한국에 언니와 엄마가 있고, 엄마는 사고 이후 쇼크상태에 빠져 거의 먹지도 못 한다고 합니다. 만약 헬멧을 썼다면, 살았을 수도 있었다...는 경찰의 말과 함께...
영국 법상 야간의 자전거는 항상 라이트를 켜야 합니다. 아니면 야광 조끼를 입던가... 그리고 헬멧을 착용하면 더욱 좋구요. 하지만 이 친구는 라이트도 없었고, 야광조끼도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버스기사가 자전거를 보지 못 했고, 때문에 이 친구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 한다고 하는군요.
나름대로 꿈과 포부를 안고 이 영국으로 왔을텐데, 그리고 여기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살았을텐데, 영국에 온지 4개월여 만에, 무엇보다도 그 젊은 나이에 죽었다니 안타깝습니다. 저와 특별히 다를 바 없는 처지의 한국 여학생의 이 죽음은, 작년 제 외국인 친구가 자전거 사고로 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쯤이면 유해가 한국에 이미 도착했겠네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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