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도 밑천이 다 드러나고, 저는 이때부터 좀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율리시즈를 다시한 번 읽고 꼼꼼하게 기록하고 왔어야 하는데...
그렇담 그 길을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나름대로 의미있고 재미가 있을거 아니겠어요.
저는 기네스 공장을 갈까 하다가(기네스 캔에 나온 주소로-0-)
일단 지루한 더블린을 벗어나고픈 마음에 가이드북을 뒤져,
더블린에서 멀지 않으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을 찾았습니다.
바로 Howth
Howth 행 열차를 타고 갑니다.
기차라기보단 지하철 느낌?
다행히(?) 전철 안에 신문들이 널려 있어서(메트로같은 공짜 신문)
그거 보면서 왔는데, 누가 아일랜드 아니랄까봐-0-;;
스포츠면 첫번째는 어제 있었던 챔피언스 리그 소식이었습니다.
사진은 첼시의 족홀-0-;
(이 때가 웬거랑 무링요랑 한창 대립했을 때라 ㅋ)
영국신문 보는 느낌?
내리자마자 역과 같은 건물에 펍이 자리잡고 있더군요.
여기 오니 날씨가 비바람 불고 장난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항구도시(라기보다는 항구마을) 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저에겐 새로울 게 없는 풍경이었어요.
제가 사는 바로 옆동네인 poole이 바로 이런 모습이니.....(제가 낚시하고 그랬던 곳)
저 멀리 등대가 보이는데, 저기까지 한 번 가볼까~
걷고 있는데, 비가 그치면서 무지개가 떳습니다 ㅠㅜ
으아아~ 빨주노초파남보 완벽하게 보이는, 제가 평생 본 무지개 중 최고로 선명한 무지개였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 poole 하늘에서 정말 선명한 무지개를 본 적이있지만,
그건 반쪽밖에 안 보였던 무지개였거든요.
근데 이건 반쪽짜리가 아닌 완벽한 반원형의 무지개였습니다.
오호호....항구에서, 바다에서 무지개를 보다니~
무지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무지개!!
한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하려고 마구마구 뒤로 갔습니다만,
뒤로 갈 수록 무지개는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점점 희미해지고-0-;;
저는 이걸 놓치기 전에 동영상으로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잽싸게 동영상 모드롤 바꾸려고 하는데,
갑자기 황당한 일이 발생..
이때 지나가던 어떤 할아버지가 제 카메라를 냅다 뺏는 것이었습니다.
나 : 뭐하시는 겁니까?-0-;;
할아버지 : 넌 거기 가만히 서 있어. 내가 사진 찍어줄께.
나 : 아니에요 괜찮아요. 걍 주세요 (완죤 거지꼴인데 웬 사진?)
할아버지 : 아니~ 이렇게 무지개랑 사진 찍으면 얼마나 좋아?
나 : 정말로 괜찮아요..플리즈-0-;;
할아버지 : (대답 안 함)
아...이게 바로 아일랜드인의 고집이란 말인가.....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언능 찍히고 난 후 동영상 찍을 생각을 하며, 일단 찍혀줬습니다.
할아버지 : (사진을 찍은 후 액정화면을 보더니 엄청 무뚝뚝하게) 뷰티풀~-0-;;;;;
나 : (아이고 고마워라) 땡스 애니웨이-0-;
이 사진입니다-0-;;
무지개가 아주아주아주 희미하게만 보일 뿐...
지금 생각해보니 좀 아쉬워요. 찍어준다고 할 때 실랑이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선명히 보일 때 걍 찍을걸-0-; 무지개 앞에서, 그것도 바다를 풍경으로 무지개와 함께 사진 찍히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저는 그냥 산책을 좀 했습니다. 비가 멈췄다고 하지만,
날씨는 여전히 비가 다시 올지도 모르는 간당간당한 상태였어요.
아까 보였던 등대를 향해 계속 걸었습니다..
야...이 산책로 넘 좋더라구요.. 사진은 구리게 나왔지만...
바다를 옆에 깔고 걸을 수 있습니다.
요트숲도 지나구요..
(역시 풀이다 ㅠㅜㅠㅜㅠㅜ)
날씨는 점점 더 흐려지고 ㅠㅜ
바람이 엄청 부는 와중에...드뎌...등대에 도착..
여기가 땅끝인가~
한국사람 망신시키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봐여.. 옆의 엄청 커다란 낙서들에 비해 어딘지 보이지도 않잖아여.. 1센티도 안 돼여. 글구 볼펜도 아닌, 연필로 새겼어여.. -0-;; 여튼 여기 가시는 분들은 숨은글자찾기 해서 그때까지 남아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0-
그냥 다 귀찮다는 생각..-0-;
저 멀리 작은 섬이 보이고, 외로운 돛단 배 하나..
poole 과는 달리 좀 더 소박한 모습...
저는 다시 온 길로 돌아가
멀어지는 등대를 바라보았습니다.
요트들도 상당히 소박해보이네요^^
howth 항구에서 벗어나 타운센터를 보고 싶었는데,
그냥 이런 성당 비슷한 것만 있고 끝이더군요.
성당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더군요-0-;
타운에서 내려오는 길에 웬 오르막길이 있길래 올라가봤습니다.
무슨 언덕 꼭대기에 이상한 저 건물이 있던데,
뭐 하는 곳인지는 전혀 쓰여있질 않아서 모르겠더군요.
(서..서...설마...원전? ㅋ)
어쨌던 이곳에 올라오니 howth 항이 한 눈에 보였습니다.
제가 걸었던 길들이 그대로 보이네요. 등대 두 개도 저 멀리 보이고....
정박해 있는 요트들도 한 눈에...
저는 다시 더블린에 가기위해 다트(기차)에 탔습니다.
아일랜드에서도 로스트를 방송해주나? 해서 봤더니
이럴수가.......
BBC1, BBC2, 채널4...등 영국 방송국의 방송을 그대로 방송해주는 것이었습니다.-0-;;;;;;
(영국 채널4에서 로스트를 방송하니 당연히 아일랜드에도 방송되는거고-0-)
한쪽면엔 아일랜드 국영채널 2개와, 영국 ITV 이름만 바뀐 UTV 라는 채널도 있더군요.
결국 아일랜드에서 볼 수 있는 채널 6개 중 4개가 영국 것이었습니다-0-;;;;;;;
이건 정말 쇼킹했어요.
스카이 스포츠 같은거야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방송으로 인해 생기는 영향은 대단한 것 아니지 않습니까.
거리에 아무리 아일랜드의 자존심을 나타내기 위해 동상들이나 기념비들을 쭉쭉 높이높이 세우면 뭐합니까.
그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속해지는 것을 거부했던 영국 속에서 완죤히 푹 스며들어 살고 있더군요,
기사에 미샤 바튼의 엄마가 아일리쉬 라고도 나왔습니다.
(아빠는 잉글리쉬죠.. 근데 본인은 아메리칸-0-)
하핫...며칠 뒤 집에서 TV보고 있는데 케이블에서 아이리쉬 영화상 방송해 주더라구요.
역시 미샤 버튼이 참석한 모습입니다. (나도 참 대단하지, 이런걸 또 언제 봐서 찍고-0-;;;;; ) 정말 우연이었어요.
여튼 미샤 버튼은 이 날 시상자로 무대에도 섰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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